로펌서 무신사로 간 이 남자, 2600명 사내변호사 이끈다

입력 2024-02-25 18:04   수정 2024-02-26 00:26

국내외 규제가 복잡·다양해져 기업의 리스크 관리 역량이 중요해질수록 ‘몸값’이 오르는 사람들이 있다. 바로 사내 변호사들이다.

지난달 한국사내변호사회 신임 회장에 오른 이재환 무신사 리스크매니지먼트(RM) 본부장(사진)은 25일 인터뷰에서 “기업이 리스크 관리를 제대로 못 하면 기업가치의 약 10~20%는 순식간에 까먹을 수 있다”며 “기업의 성장 뒤에서 리스크를 관리하는 게 사내 변호사의 역할”이라고 말했다.

이 회장은 “법무 영역만 하는 변호사는 인공지능(AI)에 대체될 수 있다”며 “계약서 처리는 AI가 더 잘할 것이기 때문에 리스크 관리, 컴플라이언스, 대관 등으로 영역을 넓히고 강점을 살리는 게 중요하다”고 강조했다.

서울대 법대 98학번인 이 회장은 2003년 사법시험(사법연수원 35기)에 합격하고 금융·부동산 전문 로펌 에버그린에서 변호사 생활을 시작했다. 2008년 금융위기 때 에버그린이 법무법인 세종에 편입된 이후 공정거래 업무를 주로 맡았다.

10년 넘게 로펌 변호사로 일한 그는 2018년 e커머스 플랫폼 위메프를 거쳐 2021년 패션스타트업 무신사로 옮겼다. 처음엔 ‘대형 로펌에서 왜 스타트업으로 가냐’는 반응이 많았지만 점차 기업 진출을 원하는 변호사가 늘었다. 이 회장은 “검찰·법원은 물론 로펌도 예전보다 못한데 사내 변호사의 위상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”며 “대형 로펌에서 매년 수십 명씩 사내 변호사로 넘어오고 있다”고 말했다.

2011년 발족한 한국사내변호사회는 10여 년 사이 회원이 570명에서 2612명으로 네 배 넘게 증가했다. 협회에 가입하지 않은 사내 변호사도 많은 점을 고려하면 전체 사내 변호사 집단의 규모는 상당한 수준이다. 이 회장은 “다양한 업무를 해볼 수 있는 것이 사내 변호사의 장점”이라며 “경영진으로 가는 변호사도 늘어나고 있다”고 했다. 쿠팡(강한승) 코웨이(서장원) 넷마블(김병규) 등의 기업이 법조계 출신을 대표로 선임했다.

이 회장은 2년 임기 안에 변호사·의뢰인 비밀보호권(ACP) 제도를 도입하는 것을 목표로 내걸었다. 수사기관이 기업 법무실부터 뒤지는 것을 금지하는 조치다. 그는 “경제협력개발기구(OECD) 국가 중 한국만 ACP를 도입하지 않았다”며 “기업 법무실이나 로펌을 압수 수색하는 건 해외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”이라고 지적했다. 아울러 “커리어 고민이 많은 젊은 사내 변호사 대상 네트워킹과 이슈 대응을 위한 모임도 활성화할 방침”이라고 덧붙였다.

허란 기자 why@hankyung.com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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